집을 이미 한 채 가진 사람도, 아직 내 집이 없는 사람도 “도대체 언제 사야 손해를 안 볼까”를 고민합니다. 서동기 박사는 한국 부동산에도 분명한 ‘사이클’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정책과 팬데믹 때문에 하락 국면이 왜곡되면서 거품만 더 부풀었다고 진단합니다. 눈앞의 가격 상승에 매달리면, 본인의 통화 가치가 먼저 무너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10년마다 기회가 온다”…하지만 최근 두 번의 타이밍은 놓쳤습니다
서동기 박사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대략 10년에 한 번씩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사이클은 자산 가격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상승·하락하는 흐름을 뜻하며, 보통 큰 폭의 하락 국면이 올 때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됩니다. 문제는 최근 이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떨어져야 할 타이밍에 팬데믹 특수와 유동성 폭증으로 오히려 집값이 급등했고, 2022년에는 다시 크게 빠질 수 있었던 시점에 정책 지원으로 하락이 막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래라면 “여기서 한 번 사고 들어가도 되겠다” 싶은 구간이 반복해서 사라집니다. 사이클상 하락 구간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으면, 가격에 쌓여 있어야 할 조정 에너지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되고, 그만큼 거품은 더 두껍게 쌓입니다. 서동기 박사가 “자금이 있는 분들은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시점의 상방 여지는 ‘실질 가치 상승’이 아니라, 이미 부풀어 있는 거품이 한 번 더 올라가는 데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거품을 안고 들어가면, 본인의 통화 가치가 먼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그 집의 ‘실질 가치’가 반드시 오른 것은 아닙니다. 실질 가치란 소득·임대료·환율 등과 비교했을 때 그 자산이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지는지를 의미합니다. 서동기 박사는 최근 한 해만 놓고 보면, 집값 상승률보다 환율 상승률이 더 높았던 구간을 지적합니다. 이는 원화 가치가 더 빨리 떨어졌다는 뜻이며, 원화로 벌어 생활하는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워도, 달러로 보는 눈에는 한국 부동산이 오히려 싸게 보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터키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현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엄청 비싼 집’인데,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5천만 원이면 좋은 집을 산다”는 말이 나오는 구조가 됩니다. 한국도 원화 가치가 약해질수록 비슷한 그림이 나타납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는 올라도, 달러 환산 가격으로는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싸지는 시점이 생기고, 이때 해외 교포나 외국 자본이 “지금이 기회”라며 매수에 나서게 됩니다. 겉으로는 집값이 오른 것 같지만, 실은 본인의 통화 가치가 더 크게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외국인에게 싸 보일 때, 국내 거품은 더 부풀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강남 3구 아파트를 비롯해 인기 지역에 해외 교포·외국인 매수세가 붙는 이유도 환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달러를 보유한 입장에선 원화 약세가 곧 ‘할인된 가격’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강해질수록 같은 집을 더 싸게 살 수 있으니, 원화 기준으로는 신고가를 찍어도, 이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 무주택자의 입장만 점점 더 불리해진다는 점입니다. 원화로 소득을 벌고 원화로 생활하는 본인은, 집값·물가·금리가 동시에 눌러 오는 ‘3중 압박’을 받으면서도 거품이 낀 가격에 뛰어들지 말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입니다. 서동기 박사가 “실물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한 건 맞지만, 거품이 너무 크게 불어났기 때문에 한 번 터질 수 있다”며 신중함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물 자산은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수단이지만, 거품 단계에서 무리하게 들어가면, 방어는커녕 자산 전체가 뒤틀릴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가 노려야 할 ‘진짜 타이밍’은 언제인가
서동기 박사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집값이 오르니 무조건 빨리 사라”도 아니고, “어차피 떨어질 테니 끝까지 기다리라”도 아닙니다. 핵심은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는 시점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첫째, 시장 사이클상 ‘거품이 빠지는 구간’이 분명히 나타나는 때입니다. 강한 조정, 거래량 급감, 급매물이 늘어나는 구간은 대개 사이클상 하락 국면이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그 조정된 가격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감당 능력이란, 단순히 “은행이 빌려 준다니까 대출이 나온다”는 수준이 아니라, 금리가 다시 올라가더라도 본인의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과 생활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환율·금리·거품이 얽힌 구간에서는, “거품까지 안고 들어가는 매수인지, 어느 정도 공기가 빠진 가격인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집값이 조금 더 오른다고 해서, 거품까지 본인이 떠안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요약하자면,
집을 사야 할 타이밍은 분명히 나타납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대략 10년 주기의 사이클이 존재하고, 이 사이클의 하락 국면, 특히 거품이 꺼지는 구간이 곧 기회입니다. 다만 팬데믹과 정책 개입으로 최근 두 번의 조정 타이밍이 왜곡되면서, 지금은 실질 가치보다 거품과 환율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는 시기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무주택자와 투자자는 두 가지 원칙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원화 가치가 계속 흔들리는 구간에서 실물 자산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거품을 통째로 떠안는 매수는 피해야 합니다. 둘째, 사이클상 조정 신호가 분명해지고, 그 가격이 본인의 소득·대출 상환 능력 안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현금을 관리하며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집은 ‘언젠가 반드시 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품이 빠지고도 본인이 감당 가능한 수준일 때 비로소 자산을 지키는 도구가 됩니다. 지금 할 일은 불안에 쫓겨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과 통화 가치를 함께 보며 본인에게 맞는 진짜 타이밍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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